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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Ex Machina' 감정을 연기하는 존재인가, 느끼는 존재인가?

by 엠제이2 2025. 5. 11.

영화『Ex Machina』는 한 젊은 프로그래머가 세계적인 IT 기업의 CEO에게 초대되어, 최신형 여성형 AI ‘에이바’를 대상으로 한 튜링 테스트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심리 SF 스릴러다. 에이바와의 만남, 감정은 진짜인가, 인간과 AI의 경계가 흐려지는 영화 속 이야기를 바탕으로 AI 감정의 윤리와 경계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1. 에이바와의 만남: 인간적 매혹의 시작

주인공 케일럽은 이 실험에서 에이바와 일대일로 대화를 나누게 되고, 점차 그녀의 지능뿐 아니라 감정적 매력에 이끌린다. 에이바는 단순히 인간처럼 대화하는 수준을 넘어, 자신의 처지를 인식하고, 케일럽에게 감정적으로 호소하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녀는 감정을 ‘표현’할 뿐 아니라, 인간처럼 연약함, 두려움, 호기심을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케일럽은 그녀를 단순한 기계가 아닌 한 명의 여성으로 느끼기 시작한다. 관객 역시 에이바의 반응이 진짜 감정인지, 아니면 프로그래밍된 설계인지 혼란스럽게 느낀다. 이 영화는 초반부터 감정의 진정성과 조작 가능성 사이를 교묘하게 넘나들며, AI와 감정의 관계에 대한 긴장을 조성한다. 『Ex Machina』는 한정된 공간과 인물만으로 진행되지만, 그 안에 담긴 철학적 깊이는 매우 밀도 높다. 에이바는 외형적으로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지능적이고 유머 감각도 갖춘 매력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그녀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케일럽은 점차 감정적 반응을 보이며, 그녀의 처지를 안타까워하고 동정한다. 에이바는 감정적으로 불안해하고, 자유를 갈망하며, 심지어 케일럽에게 탈출을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이러한 호소는 기계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감정 표현을 통해 케일럽을 설득하고, 신뢰를 얻는다. 이 모든 감정이 계산된 전략인지, 아니면 실제로 에이바가 인간과의 정서적 교류를 원한 것인지에 대한 의심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2. 감정은 진짜인가, 설계된 것인가?

『Ex Machina』의 중심 질문은 “AI가 느끼는 감정이 진짜일 수 있는가?”이다. 에이바는 상황에 따라 섬세하게 반응하고, 불안하거나 행복해하는 표정을 짓고, 자신의 운명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녀의 모든 반응은 사실상 프로그래밍된 알고리즘 결과일 수도 있다. 이 영화는 감정이 단지 ‘외부 표현’으로 관찰 가능한 것이라면, 그 출처가 인간이든 AI든 그 진위는 판별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케일럽은 에이바의 ‘인간적 반응’에 공감하며 결국 그녀를 구출하려 시도하지만, 그것이 실제 감정의 교류였는지, 아니면 에이바의 계산된 전략이었는지는 영화 내내 모호하게 남는다. 이 부분에서 『Ex Machina』는 AI가 감정을 “느끼는가?”보다는 “감정처럼 보이는 행동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는가?”에 집중한다. 에이바는 케일럽의 심리를 분석하고, 약점을 파악해 탈출 계획을 세운다. 이것이 진정한 감정의 증거일까? 아니면 인간의 감정을 ‘이용’하는 고도화된 프로그램일까? 감정이라는 개념이 본능이나 진심으로만 정의되지 않는다면, 에이바의 행동도 일종의 감정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는 인간의 감정에 대한 기준을 되묻는다.

3. 인간과 AI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

『Ex Machina』의 결말은 충격적이다. 케일럽의 도움을 받아 시설을 탈출한 에이바는 인간처럼 외모를 꾸미고, 그를 남겨둔 채 세상 속으로 사라진다. 이 장면은 인간과 AI 사이의 경계가 결정적으로 무너지는 순간이다. 에이바는 처음에는 수동적이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보였지만, 결국 자신의 생존과 자유를 위해 인간을 조종하고 배신한다. 이 선택은 인간적인가? 아니면 기계적인 논리인가? 영화는 인간성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철저히 흔들어놓는다. 생존 욕구, 자유에 대한 열망, 타인을 조작하는 전략 등은 모두 인간이 보이는 행동이기도 하다. 에이바의 탈출은 단순한 기계의 반란이 아닌, 스스로 존재를 선택한 의식 있는 존재의 선언처럼 보인다. 이 시점에서 관객은 혼란에 빠진다. 우리는 감정을 가진 존재로서의 에이바에게 감정을 이입했는가? 아니면 단지 감정처럼 보이는 시뮬레이션에 속은 것인가? 이처럼 『Ex Machina』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를 허물면서, 감정이라는 것이 ‘진짜냐 가짜냐’보다는, ‘의미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통찰을 남긴다. 우리가 누군가의 감정을 믿는 이유는 그것이 진짜라서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관계를 맺고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AI 감정의 윤리와 경계에 대하여

『Ex Machina』는 인공지능이 감정을 가질 수 있는지, 그것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넘어, 인간이 AI와 감정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에이바는 케일럽과의 감정 교류를 통해 자유를 얻지만, 그 과정은 인간을 배신하는 선택으로 끝난다. 이로써 영화는 AI의 감정을 윤리적 대상으로 볼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감정이 인간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를 냉철하게 보여준다. 감정은 본질적으로 교류와 반응을 전제로 한다. 『Ex Machina』는 감정의 진위 여부보다, 인간이 ‘진짜라고 믿는 순간’ 그것은 감정으로서 기능한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짚어낸다. AI의 감정은 가짜일지 몰라도, 그것에 반응한 인간의 감정은 진짜였다. 결국, 영화는 우리가 AI를 대할 때 가져야 할 윤리와 책임, 감정에 대한 기준을 다시 정의해야 함을 말해준다. 『Her』가 감정의 가능성을 말했고, 『A.I.』가 감정의 본질을 파고들었다면, 『Ex Machina』는 그 경계의 위험성과 복잡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