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구 시장뿐 아니라 아시아 영화 시장에서도 SF 장르, 그중에서도 인공지능(AI)을 중심 소재로 한 작품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본, 한국, 중국 세 국가 모두 AI를 다룬 SF 영화를 제작하고 있지만, 그 표현 방식, 주제 의식, 산업 규모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 글에서는 AI를 가장 활발하게 다루고 있는 아시아 영화 시장이 어디인지, 그 배경과 흐름, 대표작의 특징까지 종합적으로 알아보려고 합니다.
일본: 철학적이고 감성적인 AI 서사의 선구자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전부터 SF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통해 AI를 다뤄온 서사 중심의 선구국가입니다. 특히 철학, 존재론, 인간-기계의 경계 같은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 시리즈가 있으며, 이 작품은 ‘영혼을 가진 기계’라는 설정을 통해 AI가 인간성과 어떻게 접점을 이루는지를 탐색합니다. <이노센스>, <프리퀄>, <BEATLESS> 등도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AI 존재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일본은 또한 감성적 접근이 강합니다. <드라에몽>이나 <시간을 달리는 소녀> 등 대중적 콘텐츠에서도 미래적 기술과 감정의 연결이 공존하며, 이는 일본 대중문화 전반에 녹아 있는 AI 친화적 정서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헐리우드식 대형 SF보다는, 비교적 소규모 애니메이션, 실험적 장르 위주로 움직이고 있으며, AI 기술 자체보다 존재론과 인간관계 중심의 AI 서사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한국: AI와 감정을 결합한 현실 밀착형 스토리텔링
한국 영화는 최근 5년간 AI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SF 영화들을 빠르게 제작하면서, AI 서사의 대중화에 성공한 케이스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승리호>(2021), <정이>(2023), <로봇, 소리>(2016)는 AI 캐릭터와 인간의 관계, 감정, 윤리를 중심으로 서사를 풀어내며 관객의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한국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감정 중심의 스토리텔링과 사회적 메시지를 결합하는 능력입니다. <정이>에서는 뇌 데이터를 복제해 만든 AI 전사 ‘정이’의 자아와 인권을 질문하며, <로봇, 소리>는 실종된 딸을 찾는 아버지와 감정형 AI 스피커의 관계를 중심으로 깊은 감동을 이끌어냅니다. 또한 한국 영화계는 OTT 플랫폼(넷플릭스, 티빙 등)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 AI 영화를 효과적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시청자 기반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AI 콘텐츠 수요에 맞춘 제작 전략도 빠르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은 산업 규모, 작품 수, 대중성과의 결합 면에서 가장 활발하게 AI SF 영화가 제작되고 있는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중국: 기술 스펙터클과 국가적 서사의 결합
중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SF 영화를 양산하는 국가입니다. 특히 AI와 관련된 국가 안보, 우주 탐사, 생존 전략을 중심으로 한 서사가 주를 이룹니다. 대표작으로는 <유랑지구 1·2>, <AI 러브유>, <미래기계도시> 등이 있습니다.
<유랑지구 2>에서는 AI가 전 인류를 구원하거나 파멸로 이끄는 핵심 변수로 등장하며, 군사적 판단과 인간 감성 간의 갈등이 전개됩니다. 중국 SF 영화는 AI를 기술과 전략의 수단으로써 묘사하는 경향이 있으며, 때로는 애국주의 및 국가주의적 요소와 결합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중국의 실제 AI 정책 및 산업 투자 방향과 맞닿아 있으며, 정부 주도 제작이 많다는 점에서 자유로운 철학적 서사보다는 전략적 스케일을 강조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AI 합성, 군중 CG, 음성 더빙 자동화 등 첨단 기술을 영화 제작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감정 중심 서사나 인간 중심 AI 탐구는 다소 제한적입니다.
AI를 다룬 아시아 SF 영화 중에서 지금 가장 활발하고 대중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곳은 한국입니다. 일본은 철학적 깊이와 감성 표현에서 강점을 보이며, 중국은 기술과 스케일 중심의 블록버스터 AI 영화를 제작 중입니다. 그중 한국은 감정 중심 스토리와 기술적 완성도, 글로벌 OTT 플랫폼 연계 전략, 윤리·사회적 메시지 결합 면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며 중심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AI와 영화가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는 시대, 어떤 나라가 가장 독창적인 AI 서사를 선보일지 지켜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입니다.